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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짧은것들

의왕 철도박물관 탐방후기

오늘은 잠깐 짬을 내서 철도박물관에 가 봅니다.

출구안내에는 철도박물관이 있지만 실제로는 거리가 꽤 있으니 버스를 타야 합니다.
봄가을이 아니면 걸어가기 편한 거리는 아니라서, 버스를 타야 하는데 친절한 안내따위는 업ㅂ음

암튼 알아서 찾아오랍니다. 차 있으면 자차로 갑시다.
철도박물관인데 철도로 가기 불편하다니 좀 그르네요

하... 여기 다시 와보는건 10년이 넘은 것 같네요
초등학생 때는 뽈뽈대면서 자주 왔었는데

철도박물관 간판과 축대.
돈이 없다고 축대 수리도 겨우 했다고 하더니
축대에 어디선가 재능기부를 받아 벽화를 그린 모양이다.
이런건 어디 구도심 골목길 같은데서 원도심 재생할때나 쓸 법한 방법이지 매출 5조원짜리 거대 기업에서 보일 작태는 아닌데...
그것도 시골 간이역도 아니고 자칭 한국철도의 중심이자 성지라는곳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 꼬라지다.

입구에 오면 방문객을 맞아주는 전시차들.
변한 게 별로 없는것 같다

초등학교때는 입장료로 300원인가 500원을 내고 들어왔던 기억이 있는데
소인 기준으로도 2배 이상 오른 가격.
이 가격책정이 적당한지는 돌아보고 생각하기로 함

여길 처음 왔을때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이 HO스케일의 디오라마.
그때는 ktx가 없었던 것 같은데...
철도박물관의 위상에 비해 디오라마의 규모는 딱히 꿀리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관리도 생각보다 되어가고 있는 것 같고...
기성품을 그대로 쓸 수 없으니 주문제작을 했거나 개조를 했을텐데 용케 유지보수를 하고 있었다.

건물 퀄리티가 이렇게 허졉했었나--;;

이후 실내전시관을 탐방하기로 함.

철박이 아무리 허졉하네 뭐하네 해도 한국철도의 온갖 유물을 소장할 몇 안되는 곳이라는데는 공감한다.

확실히 국철 소속의 철도박물관만이 소장할 수 있는 전시품도 있다.
통표라던가, 당시의 내부 영업자료 혹은 아예 구 서울역에서 떼온 식당 집기들이라던가.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전시실의 수준이 훌륭하다고 말할수는 없다.

이게 유물인가 싶은 돌멩이들부터

소장품이라면서 벽에 걸어놓은것도 아니고 벽에 비스듬하게 세워놓은 액자

군대있을때 특기병들한테 보여주려고 엔진을 반 쪼개서 만든 교보재도 이따구로 관리는 안했다.
하물며 여긴 박물관인데.

안에 자루를 쑤셔박아놓은건 보고 실소가 나왔다

맥락도 설명도 없이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소장품들
기준이 뭔지?

디오라마실 한켠에 쳐박힌 발매기들
이건 전시가 아니라 그냥 짱박은거다.
그렇다고 발매기들을 여기에 다 모아놓은것도 아님

한국철도의 간판열차 브랜드 대접이 이따구인가?

설명판의 사진을 테이프로 덕지덕지 쳐발라놓음.

기자재창고인가?

 
보존해야 할 유물이니까 손도 대지 말라는분들이 뭘 붙여놓은것인지?

과거에는 방문기념 표를 개찰시킬수 있었던 자동개찰기.
작동이 어렵게 되자 그냥 벽쪽으로 밀어놓고 방치한 듯 하다.

이게 그 기념티켓 발매기였다.
심지어 가격표도 그때 그가격 100원이 그대로 끼워져있다.

파도파도 깔 것밖에 안나옴ㅋㅋ
하...

진짜 보고 있으면 어이털리는게 한두개가 아니지만 참습니다.
유물같은 유물도 있기는 하니까..

저 ms티켓은 지금 수집해서 갖고있는게 저정도는 되는 듯

차량쪽은 실차전시물이 빈약하기 때문에 모형으로 때우는 느낌이 강함

박물관 곳곳에 그 전시근거를 알수없는 일철모형들도 도처에 널려있다.

Ktx자료 밑에 L0계 모형이 있다거나 하는 식

밖으로 나가봅니다.
나가자마자 눈에 띄는건 훼손될대로 훼손된 철도기점표식.
시골집에 있는 맷돌 수준으로 관리상태가 좋지않다
눈물이 납니다

예전에는 이곳에 그냥 분기기만 덜렁 있었는데, 그 분기기가 전시물인지도 모르게 되니까 그 위에 ktx대차를 얹어버렸다.

기가막히고 코가막히죠 진짜

한쪽에는 ndc와 카와사키 디젤차가 쳐박힌곳이 있는데
원래 이곳은 카와사키 디젤동차가 우주열차라는  이름으로 박물관 뒤쪽까지 짧은 왕복운행을 하던 곳이었다.

지금은 보시다시피 구석에 쳐박혀서 빛도 못 보고 사람들도 오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다.
진짜 아무도 안 옴

문화재 관리를 이따구로 하는 사람들이 할 말은 아닌듯함

이거 아무리 봐도 모조품인데 ㅡㅡ

앞쪽으로 좀 가보죠

;;;;;;;;;;
아니 좀 표지판 옮기는게 그렇게 어렵나

정체 불명의 건널목
쓴 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이곳은 당최 컨셉을 알 수가 없다.

보아하니 레일바이크를 이곳에서 굴렸었고, 그 운용시설이었다고 한다.

오래 굴려먹지는 못한 모양인데 시설비가 아깝죠

한켠에 방치된 레일바이크 차량.

이쪽은 수인선 협궤차인데 진짜 이러고도 박물관 이름을 걸고 있다니 참 뻔뻔하지 싶다.

그나마 SL들은 페인트칠이라도 제대로 했나 싶었는데

 응 아니구요

맞지도 않는 색깔의 페인트로 덮어버린 차량들

내부 의자는 알수없는 싸구려 천막비닐로 천갈이를 해버렸다.

유일하게 내부 입장이 가능한 실차량 중 하나인데, 상태가 이따구이다.

몇년전 보존차량을 들여왔다고 시끌벅적했던 메기특동.
가만보면 고운전대 형식의 일본국철 특급형차량의 특징이 보인다. EEC도 마찬가지지만..

이것도 상태는 가관이죠

차량 목업도 몇 가지 있는데

목업들은 내부를 공개하고 있었다.
물론 이것들도 마스콘 레버가 부러지는 등 파손된 상태이지만.

기념티켓 같은거라도 파는 곳이 있나 두리번거렸지만 그딴건 존재하지 않았고, 결국 빈손으로 이곳을 뜰 수밖에 없었다.

한번 둘러본 소감은...참 한숨만 나오게 하는 곳이다.

이곳은 자칭 박물관이라고 현판은 달고 있으되 박물관이 아닌 곳이다.
차라리 철도공원 정도의 명칭이 어울리겠다.
소장품을 갖다 쌓아놓는다고 다 박물관이 될 수는 없다.

소장품을 쌓아 놓기만 했지 그걸 어떻게 전시할지 조금의 궁리도, 노력도 하지 않는 조직이 박물관은 무슨 박물관?
매번 철덕들은 예산이 어쩌고 쉴드를 치지만 개 헛소리다.

예산이 없어서 그깟 표지판 하나를 못 옮겨심고 설명판을 못 바꿔서 테이프로 덕지덕지 떡칠을 해대는가?
플라스틱 지지대 하나 만들 돈이 없어서 마대자루를 쑤셔넣어놨는가? 다 핑계일 뿐이다.

유물 전시순서도 뒤죽박죽에 기준을 알 수가 없고, 과거에 쓰던 발매기를 한쪽에 밀어놓고 소장품이라 우기고, 같은 카테고리의 소장품들끼리 모아서 전시할 의지조차 없는것도 예산탓인가?

여기가 개인 박물관이면 그러려니 하겠다.
근데 그게 아니잖아요.
여긴 매출 5조원짜리 거대 공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관장에 학예사에 직원들까지 갖춰놓고 박물관이라는 명판을 걸어놓은 곳 아닌가? 그들은 모두 월급루팡인가?

이건 그냥 의지가 없는 것이다.

바에야 그냥 실내전시물은 싹 다 대전 본사 문서고에 박아버리든 해서 보내버리고, 야외전시물은 그냥 그자리에 방치한 다음에 박물관을 없애서 경영합리화나 하는게 낫겠다 싶을 정도이다.

1년에 한번 외주로 야외차량에 페인트칠만 하는 정도의 비용으로 지금과 비슷한 퀄리티를 보일수 있으니 그게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겠는가?

귀가하는 길에 의왕역에 작은 전시관이 있어서 들어가봤는데 이곳이 조금 작을지언정 훨씬 알차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리를 개판으로 하는것보다야 작아도 관리가 되는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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