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승차권 수집을 하는 입장에서 감열지는 참 골치아픈 존재입니다.
사실 이건 철덕만 골치아픈 것이 아니고 종이류를 수집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골치를 썩지 않을까 싶은데.
감열지는 그 특성상 다른 인쇄물들보다 취급에 주의를 요하는 품목입니다.
문제는 이걸 아무리 잘 보존해도 시간이 지나면 인쇄내용이 소실되어 버린다는 건데
이건 감열지의 어쩔 수 없는 특성입니다.
그래도 감열지 수집품을 천년만년 보존할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내가 죽을때까지는 보존이 되어야 하겠지요.
취미가 수집인 이상 가끔씩 수집품을 늘어놓고 감상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나이먹고서 수집품을 꺼내봤더니 내용이 다 날아가고 없으면 미치고 환장하지 않겠습니까.
그동안 수집한 노력이 개짓거리를 해버린게 되어버리니까는.
그래서 감열지 승차권을 좀 더 오래 보존하고 싶어서 한동안 자료를 뒤져봐서 나름의 대책을 강구해 봤습니다.
감열지란?
감열지는 종이에 미리 염료를 도포하여 열 혹은 특정한 자극을 가한 부위에 발색현상이 나타나게 만든 종이입니다.
미리 종이에 잉크를 뿌려놓고 프린터에서는 열만 가하면 되니까 프린터 구조가 간단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거래비용 절감을 위해 온갖 분야에서 감열지를 도입합니다.
그 사용처는 그냥 카드 긁으면 나오는 영수증같은 일상생활에서 의료부분에 이르기까지 안 쓰는 곳이 없습니다.
당연히 이 모든 감열지의 사양이 같을 수 없겠지요. 똑같은 목적을 지닌 티켓이라도 사용된 감열지 원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종이에 어떤 염료를 도포했으며, 몇 종류의 염료를 도포했는가, 코팅은 어느 면에 얼만큼 했는가 등등
그렇다 해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습니다만
산, 열, 수분, 자외선 기타등등에 노출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인쇄가 지워진다는겁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거죠.
감열지 티켓이 열을 받으면 이렇게 됩니다.
실제로 티켓을 삶을 일은 없겠지만, 어쨌건 감열지의 특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어떤 티켓이 감열지인가?
주 수집분야가 일본 철도 승차권, 그중에서도 JR이니 JR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JR의 통상적인 승차권은 크게 큰 사이즈의 장거리승차권(마르스권)과 작은 사이즈의 단거리승차권으로 나눠집니다.
단거리승차권은 JR혹은 사철의 단거리발매기에서 뽑아낼 수 있는 작은 사이즈의 티켓입니다.
색깔은 주로 황색계열, 녹색계열 등등 다양합니다.
한국에서 사용하던 MS티켓보다 좀 더 작은 사이즈인데, 이 티켓은 전량 감열 방식으로 인쇄돼었다고 추측됩니다.(영수증, 기획승차권 같은 경우 큰 사이즈의 티켓도 있습니다)
특징으로는 통상적으로 마르스 승차권보다는 얇고, 정리권보다는 두껍습니다.
그리고 마르스권에 비해 표면 코팅층이 얇은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주로 검은색 염료만을 도포한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발행 주체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마르스권보다 인쇄 소실속도가 빠릅니다.
위 사진도 비슷한 시기에 발행해서 같이 보관한 티켓인데, JR것은 온전한 반면 지하철 티켓은 소실의 진행이 보입니다.
이건 회사마다 납품받는 원지가 다른것에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리고 현재 발행되는 마르스 승차권도 감열방식입니다.
정확히는 창구 마르스 단말기(MR32, MEX), 지정석권매기(MV10, MV30을 제외한 거의 전부)가 감열지 인쇄방식으로 전환되었다고 추측되며
현재도 열전사 리본인쇄방식의 단말이 지속적으로 감열지 인쇄로 전환중으로 보입니다.
열전사 티켓과 감열지 티켓의 차이는 확대해보면 알 수 있는데, 마르스권에 사용되는 감열지는 흑색과 적색의 염료를 도포했으므로, 테두리에 적색 흔적이 보입니다.
이외에도 감열지권은 도장을 찍었을 때 잉크가 많이 번지는 특징이 발견됩니다.
정리권 또한 대부분 감열방식으로 인쇄됐다고 추정됩니다.
단거리승차권과 비슷하지만 정리권에 사용되는 원지는 보통 좀 더 얇으며 저품질의 원지라고 추측됩니다.
(차내 발행 승차권)
이건 아예 가지고 있는게 없어서 사진이 없는데, JR기준 단말기 발행 차내발행승차권이나 보충권이면 모두 감열지입니다.
애초에 휴대용 단말기는 크기의 제약으로 거진 대부분 감열지 인쇄방식을 사용해서요.
이외의 M형 이전시대의 마르스권, 에드몬슨권, 수기발행권 등등은 이전 세대의 것이고 자료도 없고 해서 스루합니다.
대책은?
사실 이런 감열지의 보존방법을 연구하는 곳 따위는 거의 없습니다.
애초에 감열지에 인쇄한다는 것 자체가 영구보존이 요구되지 않고 나중에 소실되어도 상관없다는 것이니.
보통 내용이 중요한 것이면 스캔을 떠버리지 종이 자체에 집착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감열지마저도 기를 쓰고 보존해보고자 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국가기록원인데요, 여기서 과거 해외저널과 국내저널을 긁어모아서 나름대로 감열지의 보존법을 정리한 문건이 있습니다.
거기에 나온 방법을 하나씩 살펴보자면
1.적정온도를 유지한다.
-통상적으로 감열지의 최적 보관온도는 섭씨20도 내외라고 합니다.
2.적정습도를 유지한다.
-최적의 습도는 50%가량
3.빛에 노출시키지 않는다.
-가시광선도 종이를 훼손시키지만, 특히 자외선에 노출시 원지의 황변과 염료의 흑색화가 급속하게 진전됨
사실 여기까지는 건냉암소에 보관하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보관법입니다.
4.산에 노출시키지 않는다.
-산에 노출시 감열지의 염료가 발색되어 전체적인 흑변 현상이 나타나며, 탈산처리를 통해 중성화시키면 염료가 무색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문제는 과거, 특히 70년대 이전에 생산된 종이는 산성지가 많아 같이 보관하면 산에 노출이 된다하니 주의.
5.유분에 노출시키지 않는다.
-유분이라는건 피부의 개기름부터 보통 말하는 기름, 더불어 각종 유기용매까지 포괄한답니다.
유분에 노출시 염료를 발색시켜 전체적인 흑변이 일어나거나, 아예 염료를 용해시켜 지워질수도 있다고 함
또한 유기용매가 용출될 수 있는 필름류, 특히 접착테이프로 감싸는 행위는 피하라고 하네요.
6.PVC와 가까이 두면 안된다.
-정확한 물질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PVC에서 방출되는 물질이 감열지의 변형을 촉진시킨다고 합니다.
PVC뿐만 아니라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에스터 또한 주의해야 하며 이 재질의 폴더 사용을 피하라고 합니다.
7.마찰을 피한다.
-감열지를 접거나, 문지르거나, 흠집을 내거나, 지우개질을 하면 마찰로 인해 염료에 변화가 올 수 있으니 자제하라고 합니다.
뭐 이정도를 조심하라고 하는데 엿같은건 이러고서 결론에다가 하는 말이 "이렇게 해도 통상 5년, 최장 10년이상의 보존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니까 스캔뜨셈ㅎㅎ"이라네요.
개빡침;;
여기에 개인적인 경험을 덧붙이자면, 승차권을 코팅도 해봤는데 그때당시에는 모두 흑변되었다가
어떤 것은 내용이 거의 소실되었고, 어떤건 내용이 다시 돌아온것도 있어서 코팅한다고 무조건 날아간다! 뭐 그렇게 말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한가지 고려해야 할 것은 지금 나열한 내용은 모두 60-70년대 자료라는 겁니다.
그 이유는 70년대 이후로는 스캔이 비교적 보편화되어 감열지 보존 연구가 멈춰버린 것인데
그 사이 제지기술의 발전으로 제지회사들 말로는 감열지의 보존기간이 대폭 늘었다고 합니다.
특히 마르스권 같은데 쓰는 감열지는 고품질이라 더 그렇다고는 하는데 회사 홍보를 다 믿을수도 없고.
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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